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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장들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로버트 버크만

노바리 2017. 3. 12. 12:05

캐나다의 종양학자이며 토론대 의대 교수인 로버트 버크만이 쓴 책을 읽었다. 자신이 중병을 앓은 경험이 있어 환자와 간호인 모두가 겪는 심리적 갈등을 잘 안다. 호스피스 활동을 위한 길잡이라는 부제 그대로 구체적인 지침들이 정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모현 호스피스에 번역했는데 안타깝게도 현재느 절판중. 도서관에서 구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말기환자와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면 관계가 강화된다.

1. 대화하는 것은 상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2. 단지 근심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생긴다.

3.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해를 끼친다. -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환자일수록 불안감과 우울증이 더 잘 생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공포감과 불안감에 대해 부끄러워한다. 당신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봉사는 그의 두려움을 들어주고 그의 곁에 가까이 있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환자는 공포심과 수치심을 덜 느끼게 되고 다시 힘을 얻는다. 환자가 대화를 원하든 원치 않든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고도의 경청법'이다. 19.


"잘 듣는 것은 미묘한 기술이다. 잘 듣는 것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일이다." 21.

1. 눈높이를 맞추라. 앉아서 이야기하라는 뜻. 편안한 거리를 유지하고 환자와 눈을 맞춰라. 눈을 맞추기 힘들 때는 손이라도 잡아라.

2. 환자가 말하기를 원하는지 먼저 알아내라.

3. "잘 듣기 위해서는 환자가 하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라. 대꾸할 말을 미리 준비하지 마라. 환자의 말을 가로막지 마라. 환자가 당신 말을 가로막으면 그가 말하도록 하고 말을 멈추라. 23-24.

5. 침묵과 비언어적 대화도 잊지마라. -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를 때는 침묵하라. 때로는 참으로 할 말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아무 말도 못하고 곁에 있기만 하는 것을 겁내지 마라."

6.당신의 감정을 표현하라. 

8.주제를 바꾸지 마라. -듣기 힘들어도 끝까지 듣고, 정말 힘들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라. 환자가 제시한 문제의 진의를 파악하기 전에는 주제를 바꾸지 마라.

9. 바람직한 것은 누가 물어오지 않는 한 조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꼭 해야 한다면 "만약 나라면..."이라고 말하지 마라. 

10. 추억을 떠올려라. 어린아이도 어릴 적 기억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노인 환자는 회상을 통해 자기 삶이 의미 있음을 재확인한다. 

11. 유머는 공포와 위험에 처했을 때 중요한 작용을 한다. 단, 당신이 농담해서 환자를 즐겁게 하려고 하지 마라. 당신이 노력해서 환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보다 환자의 유머에 재치있게 반응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29.


36. 우리는 가능하면 목숨을 오래 부지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죽을 병에 결렸다 해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죽음에 직면하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에서 '실제로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리고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로 생각하는 변화의 시간을 겪는다. 이 변화의 시간은 나이나 병의 종류에 상관없이 여러 단걔로 이루어지는 힘든 시간이다. 이 과도기는 가까운 친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다. "이 시기를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나는 3단계, 죽음의 공포를 맞이하는 초기, 육체의 쇠약으로 생활방식이 바뀌는 병약기, 죽음에 다가가는 시기로 나누었다." 37.


인간의 마음은 나쁜 소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사태 수습을 위해 발버둥치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환자의 친구는 극한상황에서 취하는 환자의 행동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말기 질환과 죽음에 직면한 환자는 짧든 길든 충격과 의혹의 시기를 거친다. 42.

부정; 부정은 정상적이 방어기법 중 하나이며 천천히 사라진다. 이를 유의해야 하는 한 이유는 사실에 직면케 한다고 부정이 소멸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환자의 적이 될 뿐이다. 문제는 환자가 사실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을 듣지 못한 환자가 우울증, 불안, 소외감을 더 많이 겪는다. 

분노와 공포 ; 상상력이 없으면 무서움도 없다. 58. 공포심은 어리석음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다양하다. 육체적 고통에 대한 것도 있고, 가족의 미래에 대한 것도 있고 실존적인 것도 있다. 환자와 대화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대응하면 안도감을 줄 수 있다. 

61. "절망이 생각의 변화로 인해 생기는 반면 우울은 기분이나 감정의 변화에 의해 생긴다."

67. "자신의 행동에 민감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과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만이 죄의식을 느낀다."


환자의 친지가 환자에게 분노할 수 있다. 아프고 죽어가는 환자를 보고 분노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왜?

환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배우자는 가정이 파괴되는 데 분노한다. 그가 죽은 뒤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고 점점 분노한다. 그는 병에 대해 분개하고, 이런 분개를 가져온 환자가 표적의 대상이 된다. 이 감정은 금방 사라자진 않지만 그 감정을 알고 이유를 확인하면 자제할 수 있다. 그러면 환자가 당신의 표적이 아님을 알게 된다.


75. 친지가 환자의 병을 비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다. 

환자에게 어떻게 살았어야 했다고 말해 그에게 부담을 주어 더 힘들엑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질지 몰라도 환자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 "환자를 돕고자 한다면 절대 설교하지 마라. 자신의 논리정연한 훈계를 위해 그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 설령 우리의 설교가 지당한 말이라 해도 도움이 안 되고 때는 늦은 것이다."


환자를 도울 때, 매일 기분과 사고방식이 변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라. 당신이 절망을 없애거나 희망을 만들 수는 없다. 옆에 머물러 잇어라. 이것이 친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신체 질환은 지배력의 상실, 일상활동의 상실, 좋아지지 않을 때 생기는 피로감과 고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낳는다.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92.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 의지력을 갖기 힘들다. 환자는 살아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묻는다. 이런 심각한 회의에는 간단한 해답이 없다. 다만 환자의 감정적 깊이를 알고 받아들이며 현실적인 희망을 강화하라.


환자르 돕는 친지는 자유롭지 못한 데 분개하고, 짐이 지워졌다는 느낌을 갖고, 같이 지냈던 즐거움을 그리워하고, 병을 운망하게 될 것이다. 환자를 원망하는 감정과 병을 원망하느 ㄴ감정을 구분해야.


마지막 단계.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살던 방식대로 죽는다는 점을 명심하라. 까다롭지 않던 사람은 그런 식으로 죽음에 다가가고 신경질적이고 까다로운 사람은 그런 식으로 죽을 것이다. 소인배는 소인배로 죽는다(109).

환자가 자기 식대로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친구의 목적이다. 또한 내가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목적이기도 하다. 우리의 방식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방식이 아니라, 환자의 방식대로, 환자가 살아온 방식대로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108

죽음을 일찌감치 받아들일수록 고통이 적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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