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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장들

사회적 죽음, 사회적 기억

노바리 2016. 6. 16. 17:07

죽은 자와 산 자의 짐은 다릅니다. 죽은 자는 자신의 짐을 산 자한테 떠넘기고 가요. 살아 있는 자는 그 짐을 평생 지고 가는 거죠.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짐의 무게는 똑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이 뭐냐, 내가 달라져요. 건장한 스무살짜리 애가 들던 짐의 무게와 지금 드는 짐의 무게가 똑같습니다.(생략) 제가 남기고 싶은 말은 '내년이면 괜챃아질 거다, 몇십 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다'가 아닙니다. '몇십 년 후에는 더 힘들어질 거다.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입니다. 그러나 꼭 남기고 싶어요. '그러나'라는 단어를요. 또 아직 끝난 게 아니고 진행중이라는 'ing'라는 단어를요. 견디고 참아내면 저희 세대로 끝나겠죠. (중략)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도 지금 괴롭고 힘든 부분을 잘 견뎌내지 못하면 내년, 10년, 20년 후 더 힘들어질 거예요. 짐의 무게 때문에 압사당할 것같은 느낌도 올 거고. 그러나 잘 견뎌야... 

                                    ------------서울문화재단 기획, <1995년 서울, 삼풍> 중 유가족 손상철 씨의 인터뷰에서 --------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502명이 죽고 6명이 실종되고 937명이 부상당한 재난. 20년만에 그날을 기억하는 이들의 증언을 읽는다. 나는 가늠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는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