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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 본문
29p. 차별이란 애초에 설득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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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줄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설득의 문제가 아니란 말에 처음엔 의문이 들었다. 설득이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어떻게 차별을 알리고 변화시킬 수 있나.. 의구심을 갖고 다음 문장을 읽었다. "강자는 팔짱을 끼고앉아, 열심히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약자의 '자기 얘기'를 듣습니다. 강자는 약자의 경험마저 쉽게 얻습니다." 내 경험을 팔짱 끼고 듣던 사람들, 설득에 실패해 참담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들 중엔 여성도 많았고 남성보다 그녀들의 시선이 더 오래 나를 괴롭혔다. 내가 말한 차별을 내가 겪은 불행으로 안쓰러워 하던 눈빛. 다시 처음의 문장으로 돌아갔다. "차별이란 애초에 설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가, 정말 그런 것이었나?
"내가 차별받은 경험은 그렇게 싑게 전시해도 되는 게 아닙니다.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낄 때 이야기해주자는 말입니다."
흑인과 여성차별이 문제로 인정된 것은 그들이 설득해서가 아니라 싸움에 맘이 움직인 이들이 먼저 들으려 하고 물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글을 쓰지만 그가 내게 동의한다면 내가 설득한 게 아니라 그가 기꺼이 설득당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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