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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 시 한 줄

이 봄의 위로

노바리 2022. 3. 14. 17:01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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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록(1982-)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천상병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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