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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을 읽는다 -3인 3색의 평전들 본문
강덕상, <여운형 평전 1-중국 일본에서 펼친 독립운동>(역사비평사, 2007), <여운형과 상해임시정부>(평전 2권, 선인, 2017)
이정식, <여운형>, 서울대출판부, 2008
정병준, <몽양여운형 평전>, 한울, 1995
올해는 몽양 여운형 선생의 70주기다. 십진법으로 인물의 생사를 기념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진 않았으나 70년 전 한반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몽양의 죽음이 이리 조용히 지나가도 되는가 싶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추모 학술심포지움을 개최한 것 외에는 재일사학자 강덕상의 <여운형 평전 1·2>(일본판 2005) 중 2권인 <여운형과 상해임시정부>가 출판됐을 뿐이다. 60주기에 <여운형 평전 1-중국 일본에서 펼친 독립운동>이 번역되고 십 년만에 나온 2권이다. 진지한 연구서는 외면하는 얇고 박한 독서풍토, 여운형이라는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일등성”을 잊어버린 세태가 서글프다.
강덕상은 일제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이동휘, 홍범도, 안창호, 여운형이며 1920년대 이후에도 계속 나오는 건 여운형뿐이라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제가 왜 이렇게 그를 주목했는지, 그런 인물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왜 이리 박한지 궁금해 평전을 쓰게 됐다고 밝힌다. 그 말처럼 여운형에 대한 연구는 빈약하고 삶과 사상을 조명한 책은 많지 않다. 회고록과 자료집을 빼면, 강준식의 소설 <혈농어수>와 평전이라 하여 강덕상, 김삼웅, 이기형, 이정식, 정병준이 쓴 책들이 있을 뿐이다. 이 중 이기형과 김삼웅의 책은 객관적 연구와 평가가 담긴 평전이라기보다 일종의 회고록이고 전기다.
평전들 중 맨 먼저 나온 역사학자 정병준의 <몽양여운형 평전>(1995)은 방대한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해방 직후의 활동을 복기한다. 몽양과 기독교의 관계가 소략해 아쉽지만, 당시 정국과 몽양의 좌우합작 노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읽다보면 자꾸 한숨이 나온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통일독립국가를 세우려는 몽양이 좌우 극단주의자들에게 12번이나 테러를 당하며 끝내 꺾이고 마는 과정을 보는 게 괴로워서다.
강덕상의 책과 재미 정치학자 이정식의 <여운형>(2008)은 좀 덜 괴롭다. 좌절을 거듭한 해방 이후와 달리 일제 치하에서의 눈부신 활약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강화회의에 김규식을 파견해 3·1운동과 임정 탄생을 이끌고, 도쿄 한복판에서 독립을 외쳐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세상을 놀랜 일은 벅찬 감동을 준다. 그가 사장으로 있던 조선중앙일보가, 동아일보가 자랑하는 손기정 일장기말소사건을 주도했다 폐간된 것은 사소해 보일 정도다.
몽양은 유창한 영어로 서구 외교관들은 물론 손문, 레닌, 호치민 등과 교류하며 독립의 당위를 알린 조선 유일의 세계적 지도자였다. 강덕상이 미소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승만과 김일성이 아니라 몽양이 한반도의 지도자가 됐을 거라고 보는 이유다. 또한 이정식은 반공청년 강원룡이 단번에 반했을 만큼,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즐긴 그를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문 민주주의자라고 상찬한다.
이정식의 책은 공산주의와의 거리를 강조한 나머지 몽양의 사상을 축소하고 뚜렷한 증거 없이 암살 배후로 남로당을 지목한 문제가 있고, 강덕상의 책은 내용이 전문적이고 광범위해 읽기 어려운 점이 있으나, 세 책 모두 일독의 가치가 있는 역작이다. 단, 강덕상의 근간을 제외하곤 도서관과 e북으로만 볼 수 있는데, 독자들의 성원으로 아직 빛을 보지 못한 강덕상의 평전 3권까지 전부 다시 출간되면 좋겠다.
2012년부터 해온 주간경향 북리뷰 연재를 끝내다. 이 글이 마지막.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쓴 것은 아니다. 5년간의 인연이 고약하게 끝났으나 할 만큼 했기에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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