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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요즘 읽은 책들

노바리 2016. 3. 26. 11:50

재미있는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메모를 해두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낯선 상식>은 강준만, 홍세화의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겨 구입했다.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을 가져와 호남을 설명한 앞부분은 설익은 느낌이 물씬 풍겨 독서가 더뎠으나 그 다음부터는 터져나오는 한숨 때문에 가끔 책장을 덮어야 햇을 뿐.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다. 더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지역주의 극복이란 이름 아래 새누리당과의 연합을 주장했던 노대통령의 꿈이 이제와 실현되는 것 같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김무성,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이 모두 영남 출신인 현실을 보면서도 영남패권주의는 없으며 문제는 지역주의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문재인을 지지하는 '한겨레'는 이 책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그나마 지면이라도 할애했지 조중동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영남패권주의를 부인하는 이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죽음에 관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는데 요사이 죽음 책들이 꽤 많이 나왔다. 그러나 볼 만한 책은 드물다.

철학자들이 쓴 죽음 책들은 기대를 갖고 펼치지만 매번 기대에 못미친다. 스스로의 질문이 없는 철학적 자료나열만 가득할 뿐.

법학자 이준일의 <13가지 죽음>은 국내 필자가 쓴 죽음서들 중 내가 보기론 가장 밀도가 높다. 문학, 역사, 철학, 정치, 법학 등 다양한 방면의 오랜 독서와 고민이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의 참고문헌 중 <죽음의 철학>(김광윤 외 역, 1986)을 발견하고 도서관에서 구해 읽었는데 덕분에 깊이 있는 질문과 사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전형적인 미국식 논픽션으로 글 재주에 의존해 책을 완성했다는 느낌. 


어빈 얄롬은 <폴라와의 여행>까지 3권을 집중해 읽었다. 60, 70, 80대에 쓴 책들을 거꾸로 읽었는데 60대에 쓴 <폴라와의 여행>이 특히 흥미롭다. 1장에서 어머니에 대한 묵은 애증을 솔직히 토로한 부분은 놀람과 감동을 준다. 치료자로서 이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개방하고 환자와 함께 성장하는 의사 -특히 정신과의는 보기 드물다. 요즘은 의사가 아니어도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 등을 공부한 이들이 사람의 내면을 다 안다는 듯이 섣부른 판단과 충고를 해대서 골치아픈데 그들은 어빈 얄롬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잘 안 읽을 것 같다. 얄롬의 실존주의적 치료는 미국 정신의학에서도 아웃사이더인 모양.   


요즘 최고의 화제작인 <사피엔스>는 기대했다가 실망한 책. <총균쇠>의 감동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읽어보려 애썼으나 인지혁명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다가 덮고 말았다. 무엇보다 주장만 있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는 것이 거슬렸다. 가령 사피엔스의 놀라운 성공의 비결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찾는 대목에서, 큰 뇌는 종의 보존에 불리함에도 그로 인한 언어와 사회화능력이 장기적으로 진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초협력자>의 연구를 (인용을 밝히지도 않고!) 가져와 언어능력을 '이야기'로 확대해석하는 식이다. 더구나 그는 '이야기'라는 말로 다양한 '이야기들' 중 이데올로기의 기능만을 부각시킨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필자의 사고방식은 약육강식의 19세기 사회진화론에서 그리 벗어나 있지 않다. 과학도 소설도 아닌 어정쩡한 책인데 이 책을 읽으니 <초협력자>를 한 번 더 읽는 게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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