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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전사의 시대

노바리 2015. 4. 21. 13:50

나는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건 언어와 역사라고 생각한다. 지난 날 수습기자로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햇던 언어는 어떻게든 우리를 틀 속에 가두었으며, 우리는 세상과 우리 자신을 상투적 문구로 빚어내라고 배워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행위가 대개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우리 분노와 상상력을 파괴하며, 우릴를 부자나 정부 권위에 충성하도록 만든다는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나는 우리 기자들이 도덕적 열정이나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중동에 대해 보도하지 못하는 원인 역시 기자로서 우리가 훈련받은 방식 때문이라고 믿게 되었다. p144-145

 

--영국 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전사의 시대>에서 언론이 쓰는 상투적인 문구들에 대해 여러 차례 신랄히 비판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암살하면 '표적 살해'라고 표현하고 '안보'란 말은 항상 이스라엘과 연관지어서만 쓰는 등등의 상투적 표현들. 정말 맞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은 중동에 대해서는 영미 언론의 언어를 그대로 베껴쓰고 국내 뉴스에는 이보다 더 한심한 상투어들을 쓴다. 오늘 뉴스에 '꽃놀이패 잃은 야당'이란 표현을 본 순간 욕지기가 치밀었다. 정경유착, 뇌물 같은 국가의 심각한 부패 앞에서 고작 '꽃놀이패' 따위의 말이나 쓰고 있으니, 한심한 기자들의 한심한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