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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독후감, 아프리카 나우전

노바리 2015. 1. 29. 23:01

연재서평을 위해 부랴부랴 서점에 가서 신간을 샀다.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과 <분열병과 인류>

<어제가 없는 남자>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헨리에타에 관한 책이 워낙 감동적이어서 그런 걸 기대했는데 이건 더 전문적이다. 뇌과학에 좀더 전문적인 지식 혹은 관심이 있다면 아주 흥미로웠으리라. 서평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찬찬히 읽어야겠다.

<분열병과 인류>는 처음 몇 장을 읽고 번역이 거슬려서 사지 않았으나 문제의식이 남달라서ㅓ 결국 며칠 뒤 다시 홍익서점에 가서 사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을 끙끙대 오늘 독후감을 써서 원고 마감을 하다. 출판사 서평은 서구 정신의학의 역사를 다룬 3장이 이 책의 백미라 하였으나 나는 에도시대를 분석한 2장이 더욱 눈에 들었다. 서구에서 정립된 정식의학의 이론을 가지고 자신의 역사, 사회를 분석한 그 정치함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아직도 프로이트의 가족로망스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번역하는 수준ㅇ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지식 수준이 떠오르며 언제나 우리는 이런 수준의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아득함마저 느꼈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전범이기도 한 니노미야 손토구의 철학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가진 긍정적 힘과 함께 그 철학이 주변적인 것을 배제하면서 전쟁과 정치에 대한 반성을 차단한다는 대목은 오늘의 일본 정치를 이해하는 데 시사적이었다. 니노미야의 동상이 일본 초등학교의 교정에 놓인 것을 보고 박정희시대에 이순신이나 이승복어린이 동상을 세웠다는데, 어쩌면 이런 지적은 한국의 정치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버거운 사태에 대해서는 천재지변인 양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해버리면서 반성하지 않는 태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아프리카 나우전>을 보았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한자리에 모은 흔지 않은 전시였는데 놀랍고 감탄스러웄다. 지난번 DMZ전시ㅣ 때도 느꼈지만 가장 정치적인 것에 민감해야 할 한국의 미술이 오히려 제 정체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서구의 유행을 좇는 데 반해 아프리카 현대 작가들은 자신의 정체를 토대로 가장 현대적이면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예술도 학문도 서구 유행만 번역하고 좇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생기도 활력도 독창성도 정체성마저 없다. 남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내 문제다. 내 글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나는 무얼 쓰고 뭘 고민하고 뭘 표현하고 있는가.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