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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측백나무 울타리 본문
오고 갈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인지
그 길은 자주 호젓하여
울고 난 사람 같았다
슬픔이 가라앉아
지난해보다 우쭉 자란
검푸른 측백나무 울타리 일대는
그 울타리 안과 밖이
서로 딸꾹질을 주고받는 듯하다
이 세상의 몇군데는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슬픔으로 나도 있고 너도 있다
설사 발꿈치로 숨쉬는 사람일지라도
남은 일에 해 저무는 줄 모르리라
늦게까지 남아 있던 새들도
제 둥지로 돌아간 뒤
한동안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도록
새로 울음이 잇대어질 듯하였다
지금 나는 누구의 마음으로 있고
누구의 옷을 내가 입고 있는가
측백나무 울타리 안쪽에 내가 있고
그 밖에 누가 있어
짤막짤막히 몇 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아예 입 다물고도
말을 주고받는 것 이상으로
더 바랄 나위 없다
더 바랄 나위 없다
누가 깨달아 이 세상 어디에도
안과 밖 없거나
안과 밖이 하나일지라도
저 초저녁 밤하늘 천진난만한 별들이
불쌍히 여기는 내 몸이야
측백나무 울타리 안에 의지하고
그 밖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만물은 서로 운다 울다가 손님인 양 어둠이 된다
-고은 시선집 <오십 년의 사춘기> 중에서
측백나무가 늘어선 근처를 걷다보면 가슴에 그늘이 진다.
이 시를 읽으니 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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