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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이 없으시다면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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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이 없으시다면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노바리 2009. 1. 14. 19:10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긴 학교생활에서 몸에 밴 습관들이 있습니다. 좌측통행, 일기 쓰기, 새해 계획 세우기 따위가 그것입니다. 선생님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따르다보니 어느새 평생의 습관이 된 것이지요. 특히 새해 첫 날, 새 수첩 첫 장에 한 해의 계획과 다짐을 적는 일은 제겐 일종의 의식과도 같습니다. 물론 올해도 어김없이 수첩을 펼치고 다짐을 적었지요. 첫째, 둘째, 셋째, 세 가지 계획을 딱 적어놓으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더군요.


그런데 문득, ‘세 가지가 다 나 혼자 잘살자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을 챙기고 자기를 계발하고 인격을 성숙시키자는 다짐의 어디에도 인간된 책임을 지겠다는 결의는 없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내가 사는 이 세상의 뭇 존재들 덕분이라고 늘 생각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배려는 한 푼어치도 없는 제 계획이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니, 제가 이기적인 탓도 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 책임을 진다는 게 너무 어마어마해 보이고, 나 하나가 끙끙댄다고 이 비뚤어진 세상이 바뀌겠나 싶고… 그래서 다들 남의 말은 하면서도 남과 더불어 잘살 궁리는 못하는 거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다 읽은 책이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작은’ 변화라면 나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 하는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폴 파머라는 의사는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도 아니고 작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사람들이 감히 꿈꾸지 않는 걸 꿈꾸고, 사람들이 감히 시도하지 않는 일을 이십 년간 계속해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제목이 ‘작은 변화’냐고요? 그건 하버드 의대를 나오고 4,5개 언어를 구사하며 맥아더 보조금까지 받은 이 천재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면서 수십 년간 헌신하여 이룬 변화가 지구 전체로 보면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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