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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일 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김이경 지음, 서해문집 펴냄 “모든 것이 저무는 가을에도 삶은 지속되니.” 김이경 작가의 글을 읽고 나면 자주 이런 기분이 든다. ‘읽어야지, 살아야지.’ 날마다 책을 읽고 쓰는 것이 그의 일이다. 독서가 일인 사람의 글은 다르다. 잘 읽히지만 문장 하나하나 가벼이 지나치기 어렵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이는 게 아니라는 걸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가 한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성이 쓴 책을 읽었다. 그 흔적이 ‘독서집’ 형태로 묶였다. 성별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지만 편향을 극복하려면 편향된 독서가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동안 이어온 남성 편향의 독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자 여성인 나의 잠재력을 확인하고픈 열망 때문이었다.’ ‘상상도 못한 세계를 열어젖..

경향신문 2022. 3.20 김서영 기자 경향신문에서 썩 좋은 기사를 봤다. 안 그래도 손소독제 때문에 피부 가려움증이 재발하던 터라 기사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조카들에게 기사를 링크해 보냈다. 그런데 이미 초등학교 다니는 꼬마가 손소독제 때문에 손 습진으로 피부과 치료 중이란다. 좀더 일찍 알려줬어야 하는데... 하긴 학교에서 소독제 사용을 강권(!)하니 부작용을 알아도 아이가 싫다 하기도 힘들 것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겪었음에도 이 사회가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병균도 문제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순 없지 않은가? 3년 연속 세계 피인용 상위 1% 연구자(약리학 및 독성학 분야),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창조대상(2015), 사회혁신유공 대통령 표창(20..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 유병록(1982-)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천상병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시작은
1 생활이 책갈피처럼 쌓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쌓이는 것은 생활이 아니기에. 먼지를 털어내고 먼직 날아가는 것을 본다. 움직이지도 않고 날고 있는 먼지를 본다. 기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다시 여기저기에 붙기를 기다린다. 2 추억이 평등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평등해지는 것은 추억이 아니기에. 손을 펴보면 아직도 처음인 듯 꾸물거리는 조약돌 같은 것이 있다. 무덥고 내내 습한 날들, 하양ㅎ고 미지근한 조약돌을 손바닥에서 빙글빙글 돌린다. 죽을 때까지 시간의 공격을 피한다. 3 피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감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매일의 생활이 좋아질 것이다. 허공 속에 숨죽인 나무들도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다. 건너편으로 물러서서 이쪽 통로를 터놓은 나무들이여, 너희들은 언제나..
매일매일의 숲 숲에서 빗소리를 들으면 누군가의 생을 대신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삼백예순 개의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하는 날도 있는 것처럼 생의 가장자리만을 골라 후드득 떨어지는 불운의 물방울들 서로의 음악은 숲을 듣지 않아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 빛바랜 쪽이 가장 먼저 지운 귀 나뭇가지에 속고 지렁이에 움찔거리며 미물에서 느끼는 공포야말로 가장 확실한 숲의 정령 안녕하세요 안녕하- 낯선 인사에 길들지 않는 고개처럼 생의 절정이 흰 꽃이라면 초록은 대신 죽어도 좋을 이름 오후에 그친다는 비는 저녁 내내 긴 설거지를 멈추지 않는다 ----- 지난주던가, 신문 출판면을 보다가 왈칵 성이 났다. 창비 책만 몇 권이 소개됐던지. 이게 창비 기관지도 아니고 너무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면을 볼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