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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 본문
20년 전쯤 죽음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읽을 만한 책이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개중엔 죽음을 소재로 했을 뿐 죽음을 공부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되는 책들, 추상적인 공론으로 안 그래도 막막한 공부를 더욱 막막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 종교인이 쓴 책들이 더 그렇다.
해서 최근엔 현장의 목소리를 읽으려 애쓴다. 가령 <더 나은 죽음>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 같은 의료인들의 책을 비롯해 법학자가 쓴 <13가지 죽음>이나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같은 책들. 그렇게 만난 죽음은 구체적인 만큼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책 <죽음이 삶에게 안부를 묻다>도 상조 일을 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원들이 함께 썼다는 데 솔깃해 읽기 시작했다. 장례는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 한 사회의 태도를 보여주는 가늠자 같은 것이니 그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장례지도사가 맞이하고 배웅한 죽음, 2장은 상호부조의 마음을 담은 조합원이 치른 장례의 풍경, 3장은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다. 길지 않은 글들이라 빠르게 읽혔지만, 상상도 못한 놀라운 이야기들도 있고 지난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도 있어 단숨에 읽을 수는 없었다. 몇 번이나 흐려진 눈을 책장에서 떼면서, 그러나 차마 책을 놓치는 못한 채 그렇게 끝까지 읽었다.
장례지도사가 전하는 죽음의 풍경은 묵직한 울림을 주었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떠올리는 조합원들의 글은 내 슬픔을 깨웠다. 특히 어린시절 시골에서 겪은 아버지의 죽음을 추억한 '장례의 풍경'은, 가족이 망자를 직접 염습하고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신 이는 물론 남은 이에게도 귀하고 필요한 시간일 수 있음을 되새기게 했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당연해진 지금, 이런 얘기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치부되겠지만, 그렇게 죽음과 멀어진 채 우리는 삶도 죽음도 모르고 헤매는 것은 아닌지... 책을 덮고도 오래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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