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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자라섬에서 배우다 본문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고 오는 길, 갈 때보다 더 큰 설렘으로 돌아오다.
15명 정도의 음악인을 상대로 읽기와 시에 대해 내가 아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전하고자 했지만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고마운 것은 경청해준 이들, 그리고 진지하고 솔직한 그들의 질문. 그들의 성실에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2시간이 좀 넘어서 강의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김창현, 오정수, 이하윤 세 분의 즉흥연주와 강연은 기대 이상의 시간이었다.
피아노와 기타, 베이스가 주고받으며 만들어낸 즉흥 음악은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 좀 멍했다. 한데 색다른 음의 충격 앞에서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젊은 청중들이 던진 깊고 진지한 질문들과 그에 대답은 또 다른 의미에서 놀람과 충격이었다.
음악이란 무엇인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예술을 통해 자신을 찾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여러 질문들을 생각하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타성에 젖어 있었는지 깨닫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곧 문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비로소 내 문학을 한다는 것, 내 문학을 문학이라 자부하고 밀어붙이는 행위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세상이 나의 예술을 인정하느냐에 마음 쓰기 전에 내가 내 예술을 인정하고 세상을 설득하려 한 적이 있었는지, 그만큼 스스로에게 성실했는지 자문한다. 세상의 인정이 아니다. 내가 나를 믿고 나로서 세상을 설득해야 한다. 설득이 안 된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극한까지 밀어붙였다면 된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가 되어 인간을 밀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 자세인 것인데, 그걸 참 오랜만에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발이 아프게 걸어다닌 날, 그런데 퉁퉁 부은 발로 구름을 걸어다닌 듯 설레고 즐거운 날.
오늘의 설렘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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