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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시 강의에서 만난 시인들

노바리 2017. 4. 29. 12:52

양천도서관에서 5주간의 시 강의를 끝내는 날, 각자 좋아하는 시나 직접 쓴 시들을 가져와 발표해달라 부탁했는데 생각보다 적극적인 호응이 있어 반가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다들 시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시를 품고 사는구나, 이런 시간마다 느끼게 된다.

특히 강의중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모두를 살풋 놀라게 한 여성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모두에게 자신이 써온 시를 프린트해 나눠주었다. 제목은 '시의 세계 확장해준 김이경 선생님!' 뿌듯하고 부끄럽고, 뭐라 말이 안 나온다. 한데 놀람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의가 다 끝난 뒤 그분이 다가와 깔끔하게 제본한 책자를 주었다. '걸어다니는 도서관'이란 제목의 공채 크기 책자엔 지난 5주간 시 강의를 들으며 쓴 시들이 담겨 있었다. 세상에나!!



 

집에 와서 한 편 한 편 읽는데 뜨금하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다. 특히 강의 때 늘 조금씩 늦던 어르신을 탓하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묻는 '지각생 어르신'과, 정원이 차서 안 된다는 걸 억지로 우겨 강의를 들은 덕분에 좋았던 경험을 얘기하며 청소년들에게 말 잘 듣지 말고 제 생각을 밀고 나가라고 한 '말 잘 듣지 않았다'는 놀람과 깨우침을 주었다. 

지난번 상상 강의 때 쓴 수강생 작품을 보고 오빠가 "너보다 잘 쓰는데 왜 네 강의를 듣냐?"고 했는데 이번 강의 역시 마찬가지다. 다들 나보다 낫다. 그래도 내가 그들의 마음속 시가 나오도록 마중물을 부어주긴 했으려니, 나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암튼 큰 선물 주신 이정희 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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