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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상상에서 만난 친구들

노바리 2017. 2. 24. 14:01

상상마당에서 '삶이 늘 시적이진 않더라도 그래도 시 읽기' 강의를 했다. 추운 겨울 저녁 일곱 차례의 강의에 오는 사람들이 대견하고 궁금했다. 이 추운 밤, 밥이 되지도 않는 시를 읽으려 왜 여기까지 올까? 가까운 데 사는가 했더니 그도 아니었다. 멀리서, 한 시간도 더 걸려 오고 근 두 시간이 걸려 집에 가야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회사일을 끝내고 정신없이 오느라 저녁을 미처 먹지 못하는 이들도 잇었고...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들의 수고에 값해야 할텐데...

그리고 모든 수업이 끝난 날, 시든 시에 관한 글이든 무어든 써오라는 부탁에 어찌나 성의껏 응해주었는지. 

밤 강의는 생각보다 힘들어서 몸은 바닥을 기었지만 젊은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내 삶에도 전염되는 기분.  

내 가슴을 뛰게 한 그들의 글은 상상마당 홈피에 올리도록 했다. 이 뿌듯함, 자랑하고 싶어서. 시를 직접 종이에 써서 준 친구도 있었다. 이렇게!  

    

일이 바빠져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다른 친구는 그 아쉬움을 좋아하는 시와 그림에 담아 보내주었다. 그의 외로움이 읽혀 마음이 싸하면서도 고마웠다. 다들 이렇게 시와 더불어 무거운 일상을 견디는구나, 새삼 깨달으면서...

 

마지막 날 그림작가 친구는 자신의 귀한 작품과 향을 선물해주었다. 그의 그림책 <수영장>을 집에 와 여러 번 읽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대로 시.

시는 참으로 도처에 있다. 무엇보다 겨울밤을 녹인 이들의 열망에서 시의 새삼스런 쓸모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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