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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서동시집오케스트라와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 본문
영화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오케스트라>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상영시간을 확인하니 매번 바뀌는 극장과 시간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 틀어지고 나서는, 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반드시 보겠다'는 의지까진 아니어서 안 되면 말지 했다. 그러다 오늘 개천절 휴일을 맞아 씨네코드 선재에 갔다. 바렌보임과 에드워드 사이드가 함께해 중동지역 출신들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고 아마도 그에 관한 영화려니 생각하면서 표를 샀다. 기대라기보다는 의무감 같은 마음으로. 이런 영화는 봐줘야지 하는.
그런데 영화를 보며 꽤 울었다.
요즘 내 삶에 대해 회의와 실망, 허무감에 빠져 있었는데 이 영화가 그런 나를 때렸다.
봐, 한 인간의 힘이 얼마나 큰지! 하나의 꿈이 얼마나 큰 꿈을 이룰 수 있는지!
국경도 민족도 언어도 넘어설 수 있는 음악의 힘에 부러움을 느꼈다. 언어로 짓는 문학은 그런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언어는 직접적이고 일상적이어서 경계들을 넘어선 공감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음악이 갖는 힘을 문학은 가질 수 없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중요한 건 한계가 아니라 한계를 넘으려는 의지, 꿈이란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아는 것이 시작이다, 라고 영화는 말한다. 서로에 대해, 너에 대해 나에 대해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꿈에 대해 아는 것이 시작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데서 내 삶이 시작한다.
바렌보임이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가 운명을 연주할 때, 바렌보임이 이스라엘에서 상을 받고 자신의 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차분히 해나갈 때 나는 울었다. 음악이 그토록 커다란 힘을 가진 것을 처음 알았고, 한 사람의 성실한 지식인이 그토록 큰 용기를 가진 데 감동했다.
영화를 보고서 오래 미루었던 에드워드 사이드 독서를 다시 시작하기로 맘먹었다. 영화에서 본 사이드의 열정을 책에서 느끼고 싶다. 그리고 그 열정을 늙은 내게 이식하고 싶다. 그렇게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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