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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나이 드는 게 겁날 때 -『이탁오 평전』 본문
...................그러나 나이는 만병의 근원도 아니고 지혜의 조건도 아닙니다. 늙고 죽는 것은 생명체의 당연한 이치일 뿐, 그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자꾸 나이 얘기 하는 분들, 부디 중국 최대의 이단아 이탁오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중국의 평론가인 옌리에산과 주지엔구오가 함께 쓴 『이탁오 평전』. 명(明) 말(末)의 사상가 탁오(卓吾) 이지(李贄)의 사상과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지(1527-1602)는 76년의 긴 생애를 살았으나, 평전은 그가 관직을 버리고 학문에 전념하기 시작한 쉰네 살부터의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이지 스스로 “오십 이전의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사상가 이지의 삶이 쉰 넷에 비로소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정리하고 품었던 꿈조차 버릴 나이에 이지는 새로운 출발을 결심합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고향과 가족을 떠나 오로지 진리에 헌신하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나이에 연연했다면 차마 못할 일이었지만, 그 대담한 결심 덕분에 『분서(焚書)』, 『장서(藏書)』 같은 봉건세계를 뒤흔든 저작들이 나오고 “중국 제일의 사상범”이 존재하게 되었으니 역사를 위해 참 다행스런 일이지요.
그러나 이단아니 사상범이니 해서, 그가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특별한 사람이라 이런 결정도 쉬웠을 거라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훗날 이단사상가로 이름을 떨친 이지였지만 25년간의 관직생활을 그만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옷 입고 밥 먹는 것이 인륜이며 사물의 이치”라고 선언할 만큼 그는 물질과 경제의 중요성을 잘 알았던 사람입니다. 더구나 몰락한 상인 집안의 후손으로서 20여 년을 고생하여 간신히 4품 지부 자리까지 올랐는데 그걸 팽개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요.
“관직에 있을 때의 속박이 싫으면서도 차마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닌 채 그는 3년여를 더 버팁니다. 그러나 이미 불후의 학문을 추구하기로 뜻을 세운 그에게 벼슬살이는 고역일 뿐이었지요. 1580년 마침내 그는 노후가 보장된 관직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황안으로 갑니다. 자신을 알아주는 벗의 곁에서 학문을 닦기 위해서였지요. 그로부터 22년, 이지는 주자학의 이름 아래 화석화된 공맹의 가르침을 넘어 새로운 인간학을 펼쳐 보입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대표작 『분서』에서, 그는 공자를 진리의 기준으로 삼는 풍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밉니다.
“무릇 하늘이 한 사람을 나게 하면 절로 그 사람의 쓰임이 있게 마련이니 공자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뒤에야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반드시 공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면 천고 이전 공자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는 제대로 된 사람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공자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배우라고 가르치지 않았던 까닭에 그 뜻을 얻었으니, 자신을 천하의 교본으로 삼는 태도는 분명 아니었습니다.”(『분서』권1, 「경중승에게 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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