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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느냐 물으면 - 『시절을 슬퍼하며 꽃도 눈물 흘리고』 본문
얼마 전 팔순을 맞으신 어머니는 예순여섯 되던 해 위암 수술을 받고 일년여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위의 ⅔를 잘라낸 데다 항암제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넘기지 못해 참 힘든 나날을 보내셨지요. 그때 어머니는 “나는 지금 죽으면 딱 좋은데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며 한탄하곤 하셨습니다. 옆에서 간호하던 자식들 입장에선 맥 빠지고 듣기 싫은 말이었지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너희들도 다 커서 제 앞가림하지, 나도 할 만큼 하고 누릴 만큼 누렸는데 아쉬운 게 뭐가 있겠냐? 공연히 더 살아서 이보다 더 험한 꼴이나 볼까 무섭다.”
그 마음을 잘 알면서도 그때마다 저는 몹시 골을 냈습니다. 자식이 열심히 간호를 하면 열심히 사실 생각을 해야지 왜 죽을 생각을 하나, 서운하고 속상했습니다. 다들 책임감으로 사는 거라고 아픈 어머니를 다그친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평균 팔십 년을 산다는 세상이지만, 그 팔십 년 중 기쁨의 세월보다 고통과 근심의 세월이 더 긴 걸 생각하면 꼭 좋다고만 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책임감으로 사는 거라고 잘난 척도 했지만 사람이 어떻게 책임감으로만 살겠습니까? 그러니 왜 사냐고 물으면 웃지도 못하고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지요. 다행히 요시카와 고지로의 ‘두보강의’가 힘이 되어줍니다.
책 제목 『시절을 슬퍼하며 꽃도 눈물 흘리고』는 두보의 명시 「춘망(春望)」의 한 구절입니다. 756년, 반란을 일으킨 안녹산 군에게 붙잡혀 있을 때 쓴 시라고 하니 두보 나이 마흔여섯 무렵입니다.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라는 부서졌는데 산하는 남아 있고(國破山河在)
성 안에 봄이 와서 초목이 우거졌네(城春草木深)
반란군이 일어나 세상은 어지러운데 자연은 늘 그렇듯 무심한 듯 의연합니다. 가족과도 헤어져 홀로 잡혀 있는 시인에게 유유한 자연의 흐름은 더욱 사무칩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아 시선을 돌리니, 저기 보이는 꽃도 새도 슬퍼 우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하여 “시절을 슬퍼하며 꽃도 눈물 흘리고, 헤어짐을 한하며 새가 마음을 놀랜다.”고 시인은 탄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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