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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에 시 한 줄

예감

노바리 2016. 6. 3. 16:09

예감은 잔디 위에 드리운 저 긴 그림자

해가 지고 있다는 표시

두려워 떨고 있는 풀잎에의 알림

어둠이 막 지나려 하고 있다는

                                 ----에밀리 디킨슨, 「예감(Presentiment)」전문



유행가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어. 뭔가 멋진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보다 뭔가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만 들고 그 예감은 늘 들어맞았지. 그래서 내 인생은 왜 이러냐고 억울해 했지. 그런데 평생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시를 쓰며 홀로 살다간 시인을 보고 알았어. 다가올 어둠만 본 것은 예감이 아니라 나의 엄살이었음을. 정말 눈 밝은 이는 이 어둠이 곧 지나갈 것을 예감하고, 그렇게 떨고 있는 풀잎을 위로한다는 것을. 


--몸이 아파서 빌빌대다가 예전에 써놓은 글을 보았다. 정말 내가 엄살이 심하단 것을 이즈음 절감한다. 죽을병도 아닌 병으로 넋이 나가서 책 한 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그런데도 또 육체에 붙들리고 만다. 사소한 병에도 이러니 큰병을 앓는 이들은 어떨까... 아픔에 공감하는 건 내가 아파야만 가능한가 보다. 한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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