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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제리 카플란, <인간은 필요 없다> 본문
알파고 충격 이후 눈앞에 닥친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대단해도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일 뿐 인간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도 하지만 썩 위로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생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부터 과연 인간이 생각이란 걸 하기는 할까 하는 냉소까지 의문만 커질 뿐이다. 지나친 비관이라고? 그렇다면 인공지능학자이며 스타트업 기업가인 제리 카플란의 <인간은 필요 없다>를 읽어보라.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이야말로 근거 없는 낙관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의 영역은 그대로일 거라는 믿음에 대해, 그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IBM이 기술 개발에 나섰을 때를 상기시킨다. 당시 신기술이 일자리를 뺏을 거라고 걱정하는 이들에게 IBM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는 프로그램된 기능만 수행할 수 있다.”
많이 듣던 말 아닌가?
아무튼 사람들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기술은 개발자들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발전했고, 오늘날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컴퓨터는 “창조자인 인간의 능력을 순식간에 넘어섰다.” 카플란은 프로그래머조차 컴퓨터가 무엇을 알고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스스로 직관을 개발하고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설득의 기술처럼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겼던 분야에서조차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한다.
그러니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 책은 현재진행중인 여러 사례를 통해 딸기 따기나 트럭운전 같은 육체노동은 물론이요, 변호사, 의사, 교사 같은 지식노동도 대체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사무직, 생산직 가릴 것 없이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 정도가 기계에 자리를 내줄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9세기의 러다이트는 때려 부술 방적기라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알파고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카플란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심각한 불공평을 바로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의 활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오늘날 기술 발전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고 그렇게 창출된 부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이대로 두면 파라오가 지배하던 고대 이집트처럼 상위 1퍼센트, 아니 0.01퍼센트를 위해 나머지 모두가 희생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직업대출’ ‘공익지수’ 같은 제도를 통해 발전의 열매를 조금이나마 평등하게 나누자고 제안한다.
또 다른 시급한 과제는, 어떤 종류의 인공지능을 만들고 사용하고 판매할지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카플란은 현대 법이 기업을 ‘인격’으로 인정하듯이 인공지능도 조만간 도덕적 행위자로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면서, 사회가 이렇게 급변하는데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눈앞의 이득에 혹해 기계에 의존한다면 조만간 인간은 통제력을 잃고 인공지능에 지배될 거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낙천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발전의 방향을 정하고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희망은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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