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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짧은 독후감- 전사의 시대 본문
중동 전문 저널리스트 로버트 피스크의 <전사의 시대>를 읽었다. 무려 700쪽,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 책이지만 짧은 칼럼들을 모은 것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다. -'부담없이'란 순전히 분량이 그렇단 얘기지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 대부분 10여 년 전에 씌어진 글들인데도 내게는 새로웠다. 중동의 현실은 달라진 게 없고 문제는 확대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는 기자는 점점 더 드물어져서 나에게는 그의 글들이 거의 다 새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지역에 대해, 서구의 이슬람 정책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걸 절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이 정도인 줄은! 하긴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책을 읽을 때도 미국에 대해 이 정도일 줄이야! 하고 놀라니, 이런 놀라움은 계속 거듭되는 것 같다.
그가 꼽은 현대의 위인들 명단은 놀랍고 가슴아팠다. 1차 대전 중 국적을 가리지 않고 치료하다가 -"애국심이 전부는 아니다"- 독일군에 사형당한 간호사 에디스 카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불도저를 몸으로 막다가 깔려 숨진 미국 아가씨 레이첼 코리. 코리를 친 이스라엘 운전사는 그녀를 친 뒤 다시 후진해 깔아뭉갰지만 미국도 이스라엘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단다. 오히려 숨진 그녀를 모독했을 뿐. 피스크가 죽은 이들을 모욕하는 사회에 대해 말할 때 한국사회가 유별난 게 아니구나, 싶었다. 한국사회가 영국이나 미국 등이 앞서 자행했던 그런 만행을 따라할 정도로 마음속 깊이 그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 걸 선진화라고 기뻐해야 할까?
아무튼 이걸 읽고 중동, 이슬람에 대해 더 공부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최근에 한겨레에서 이택광이 장정일의 지젝 독해를 두고 지젝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네 하는 글을 쓴 걸 보고 한심했었다. 지금도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참혹한 현실을 두고 고작 지젝의 진의가 이거네 저거네가 뭐가 그리 중요한지... 마르크스가 이런 말을 했네 안 했네, 이런 독해가 옳으네 아니네로 날밤을 샌 적이 있지만 돌아보면 중요한 건 독해가 아니었다. 독해의 진실을 감당할 용기이지. 피스크의 책은 그 용기를 보여주는 책이어서 읽기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았고, 어떤 점에선 이런 남자를 직접 한 번 봤으면 싶기도 했다. 진짜 남자, 진짜 사람을 본 기억이 너무 오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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