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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대멸종이 온대도 우리는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내일신문 본문

신문 연재칼럼

내일 대멸종이 온대도 우리는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어야 한다 -내일신문

노바리 2015. 3. 27. 14:20

오는 토요일은 온난화 식목일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서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식목일인 45일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 나무심기 행사를 마련한 것인데, 아랫녘 삼남 지방에선 지자체들이 이미 지난주부터 식목행사를 시작했더군요. 1946년 처음 식목일을 제정할 때보다 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올라 봄꽃 피는 시기도 빨라졌으니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기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은 이른 봄 이른 꽃이 반갑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바닷물의 온도와 해수면이 함께 상승했고, 그것도 전 지구 평균보다 2~3배나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알면 반가워 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 원인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인위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니 더욱 그렇습니다(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

 

지구 온난화가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막상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책을 고민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온난화란 말에 익숙해져서 오히려 경각심이 무뎌진 탓도 있고, 나 한 사람이 지구 문제를 어쩌겠냐는 무력감이 작용한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온난화로 인해서 지구가 곧 대멸종을 맞는다면 그래도 두 손 놓고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요? 괜한 협박이 아닙니다. 지구가 대멸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은 많은 과학자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입니다. 멸종의 징후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0억 년 동안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이 완전히 사라지는 멸종은 생명의 역사에서 늘 있는 일상사지만, 전체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은 지구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일대 사건입니다. 지구가 지금처럼 5대양 6대주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도, 그 지구에서 인류가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앞선 대멸종들 때문이지요.

 

<멸종-생명진화의 끝과 시작>이란 책에는 그 역사가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대멸종과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입니다. 대멸종에는 일정한 규칙성이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가고 산소 농도가 떨어지고 식물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초식동물, 육식동물, 해양동물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사막화, 열대우림의 파괴, 해양 오염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산소 농도를 감소시키는데, 산소 농도 감소와 온난화가 맞물리면 대멸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현재 지구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멸종으로 불리는 페름기 대멸종 때보다 1만 배나 빠른 속도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한데 이 대량절멸의 시대에도 유일하게 번성하는 종이 있습니다. 인간입니다. 200년 전 불과 10억 명이던 인류는 현재 70억 명을 넘었고 4,5일마다 100만 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인구감소를 걱정하며 출산을 장려합니다. 오늘날 인간은 한 생명이기 전에, 노동력이고 전투력이고 소비자이자 납세자로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본단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 지구를 생각하면 인구를 억제하고 소비를 줄여야 마땅함에도 국가는 인구와 소비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초월하며 기상이변은 민족을 가리지 않습니다. 자본과 노동도 국적을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을 진짜 세계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영어교육이나 조기유학보다 먼저, 지구가 살아야 우리가 살고 우리가 살아야 내가 산다는 단순한 진리부터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때마침 식목일이니 이번 주말 자연으로 나가, 봄 가뭄에 시달리는 대지와 강을 직접 보고 느끼며 땀 흘려 나무를 심는 것도 좋을 겁니다. 물과 숲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야말로 삶을 위한 산 교육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