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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 세상을 진화시킨다 -주간경향2014.1 본문
마틴 노왁, 로저 하이필드, <초협력자>, 사이언스북스
트랜스젠더 생물학자 조안 러프가든이 쓴 <진화의 무지개>라는 책이 있습니다. 글 잘 쓰는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저서와 더불어 ‘우승열패 강자생존’의 진화론을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여기서 러프가든은 생물계에서 관찰되는 협력과 공생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것들만 살아남아 진화한다는 통속적인 진화론을 비판하는데, 배고픈 이웃을 위해 피를 토해 나눠주는 흡혈박쥐와 같은 놀라운 이타주의의 사례들을 접하고 나면 이기적인 유전자가 아니라 상냥한 유전자를 말하는 그녀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고 110여 년 전 무정부주의자 표트르 크로포트킨이 내놓았던 <상호부조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상호투쟁의 법칙과 별도로 자연에는 상호부조의 법칙도 있다.”는 그의 주장이 착한 이상주의가 아니라 객관적 과학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요.
이 깨달음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책이 수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마틴 노왁이 과학 저널리스트 로저 하이필드와 함께 쓴 <초협력자>입니다. 노왁은 어떻게 자연선택이 상호부조를 낳는지, 어떻게 경쟁이 협력으로 바뀔 수 있는지 의문을 풀기 위해 게임이론을 활용합니다. 그는 배신이 협력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게임인 ‘죄수의 딜레마’에 자연선택의 과정을 집어넣어 반복 수행합니다. 실제 인간의 삶은 한 번의 게임으로 끝나지 않으며 진화는 계속된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니까요.
한데 게임을 이렇게 변형하자 종전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처음엔 배신자가 이깁니다. 하지만 100세대를 넘어 진화가 거듭되면서 상황은 협력 전략이 지배합니다. 안타깝게도 관대한 협력자들이 언제나 승자가 되지는 않지만 배신자들이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영원한 승리나 안정적인 전략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의 상식과 달리 배신을 서슴지 않는 이기적인 전략보다 협력 전략이 유용하며, 생명체의 출현에서부터 암세포의 발생과 퇴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협력이 진화에 작동한다는 겁니다.
노왁은 이러한 협력을 낳는 5가지 메커니즘으로 직접상호성・간접상호성・협력적인 공간구조・집단선택・혈연선택 등을 제시하면서 특히 언어의 진화가 협력의 진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출산에 불리한 인간의 커다란 뇌가 진화한 것은 정교한 언어의 발달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으며, 언어는 인간의 사회성과 간접상호성을 증대시키는 ‘협력의 접착제’와도 같다고 말합니다.
이 접착제는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인구 과밀 같은 지구적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도 유용합니다. 노왁은 유명한 공공재 게임인 ‘공유지의 비극’을 맨 처음 이야기한 가렛 하딘이 지적했듯이, 이기적인 개인들이 공동선을 증진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죄수의 딜레마와 마찬가지로 공공재 게임에서도 배신이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공유지의 비극은 피할 수 없는 걸까요? 그는 반복과 평판이라는 요소를 고려한 변형된 공공재 게임을 통해서 협력이 최상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1월, 수학, 생물학, 언어학, 생태학을 종횡무진하며 협력의 진화를 입증하는 <초협력자>를 읽으면 기운이 좀 날 겁니다. 적어도 배신과 복수와 처벌을 능사로 아는 사람이 꼭 이기는 건 아니라는 걸 알기만 해도 살아갈 힘이 생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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