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이덕무
- 하늘가 바다끝
- 폴 파머
- 아이티
- 황제신화
- 일년 내내 여자의 문장만 읽기로 했다
- 채링크로스 84번지
- 자코테
- 주름 대처법
- 이영록
- 잠들면 안 돼
- 즐거운 살인
-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 하상주 단대공정
- 협재해수욕장 달리책방
- 패배는 나의 힘
- 이찬규
- 진실된 이야기
- 책읽아웃
- 잠 못 이루는 행성
- 존 쿳시
- 이오지마의 편지
- 출산서약서
-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 인공낙태
- 희망의 인문학
- 한평 반의 평화
- 자비에르
-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
- 이탁오평전
- Today
- Total
마녀의 숨은 책방
습진-한포진 투병기 본문
3월말, 비 오는 날 낡은 구두를 신고 돌아다닌 뒤 오른발 넷째 발가락에 붉은 반점. 작은 동그라미가 가려웠다. 무좀인가 싶어 연고를 발랐으나 감감무소식. 집에 있던 다른 피부연고를 바르니 조금 낫는 듯도 하여 버텼다.
그러나 한달이 가도 낫지 않고 오히려 주위로 번지기 시작. 안 되겠다 싶어 홍제동 리뉴미피부과에 갔다. 의사는 습진이라며 먹는 약 4일치와 모멘타손 연고 처방. 그 뒤 한 번 더 가서 약을 받아왔으나 차도가 없었다. 가려워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 더구나 손바닥까지 번지기 시작하니 슬슬 짜증과 걱정이 커졌다.
이때 주위에서 이화약국이 피부병엔 최고라며 강추. 꽤 먼 거리였으나 낫기만 한다면 싶어 갔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는 병원을 보니 어쩐지 신뢰가 생기는 기분. 한참을 기다려 만난 여의사는 발은 무좀, 손은 습진이라고. 이전 병원에서 발도 습진이라고 했다니까 그래서 안 나았던 거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하, 그렇군. 약과 발 연고를 받아와 복용.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때부터 손에는 발진이 사방에 생기고 물집이 잡힐 만큼 심해졌고 발 역시 물집이 부풀었다. 가렵기는 거의 실신할 지경. 잠을 잘 수도 없고 외출도 하기 힘들 정도. 이 무렵 원고 때문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로 인해 증상이 더욱 심해진 듯하다.
원래 일주일치 처방을 받았으나 너무나 심해져서 도중에 다시 병원에 갔다. 처음 진료한 의사가 휴진이라 2번방의 나이든 의사가 봤는데 약을 먹는데도 더욱 심해졌다고 하니 "병이란 게 심해지다가 낫는 거지 금방 낫나?" 하고 오히려 내가 무지한 욕심을 부린다는 듯 한심해한다. 어이가 없었다.
이때쯤부터 이화사랑병원에 대한 의혹이 자리잡다. 아무튼 손에 바를 강력하다는 연고를 처방받아 와서 손발에 바르고 약을 먹으며 버티다. 그러나 차도는 없다. 다행히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는 시누이에게서 거기선 얼음찜질을 권한다는 말을 듣고 참을 수 없이 가려울 때마다 얼음찜질을 하며 버텼다. 밤에도 서너 번씩 깨어 얼음찜질.
병원에선 주의사항을 전혀 말하지 않았으나 경험적으로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 우유, 커피를 비롯해 게 등이 들어간 짬뽕도 먹으면 가려움이 심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잠도 못 자고 먹는 것도 가리면서 기운이 없어지고 우울해졌다.
며칠 뒤 처음 의사와 약속한 날 병원에 가니 의사가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심해졌냐고 한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발을 보더니 습진이란다. 무좀이라고 하지 않았냐니까 아무튼 습진이라면서, 그럼 약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니까 발은 원래 무좀약과 습진약을 같이 써도 된다고. 처음에 습진약을 발라서 안 나았다고 하던 의사가 이런 말을!
오진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한심하지만 화낼 기운도 없다. 항생제 처방. 항생제를 4.5일 쓰면서 다행히 조금 가라앉았으나 대신 소화장애가 나타나 그 뒤에 받아온 약은 복용 중단. 이화약국과는 그것으로 안녕. 피부병엔 이화약국이라는 속설을 믿는 이가 없길 바랄 뿐이다.
더이상 피부약을 먹을 수도 없고 먹는 것도 무의미한 상태에서 조카가 '스킨 히어로'라는 캐나다산 크림을 구해 주었다. 천연오일 크림인데 이걸 듬뿍 발랐다. 가려울 땐 아이스팩 찜질을 하고 '마더 오브 올스킨'이라는 미국산 천연크림을 바르며 버텼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믿고 다니셨다는 강남세브란스 김수찬 의사에게 진료 예약을 했는데 무려 한 달 뒤. 일단 예약을 해놓고 어쩔까 고민.
병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였으나 워낙 오랜 병치레로 불안하고 괴로워서 혹시나하고 경희대 한방병원에 갔다.
한방병원 피부과 한의사는 한포진이라며 스테로이드계 약을 쓰면서 한약을 함께 쓰자고 한다. 얼마나 치료해야 하냐고 물으니 한 달 안에 나을 수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준다. 이화병원에선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었다.
한의사의 솔직한 처방과 진단을 바탕으로 고민하다 치료는 안 받기로 했다. 한 달 뒤 세브란스 예약을 해놓기도 했고, 더이상 스테로이드 약을 먹을 자신도 없었기에. 그래도 의사의 말을 듣고 한 달 넘게 아플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이날부터 여름 내 아플 작정으로 열심히 크림을 바르고 얼음찜질을 하다. 소화기능이 나빠져서 죽만 한 달 넘게 먹으며 살이 5킬로그램이나 빠져 내과 행. 평소 잘 듣던 소화제도 듣지 않아 졸지에 내시경을 하고 영양제까지 맞다. 걷기가 불편해 운동을 못하니 소화가 더욱 안 된 것. 그나마 크림이 효능을 발휘. 물집이 터지고 껍질이 끔찍하던 상처부위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다.
6월부터 7월까지 죽만 먹으며 자가 치료. 7월 18일 예약한 병원에 가니 김수찬 의사가 다 나아가는데 왜 왔을까 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만일을 몰라 균 검사도 하고 궁금한 걸 묻다. 있는 연고를 바르면서 조심하면 된다고. 비싼 진료비가 아깝긴 하지만 확실히 확인한 덕에 마음이 편하다.
아직도 발이 다 낫지 않고 햇볕을 받으면 손 팔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가려운 증상도 있지만 이제 병은 나아가는 중. 요즘은 피부유산균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다.
*넉 달에 걸친 긴 투병 끝에 내가 배운 치료법.
1. 가려움엔 얼음찜질. 물기는 완전히 말리고 아무리 가렵고 불편해도 손은 대지 않는다.
2. 음식조절은 필수. 술, 커피, 유제품,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등 피하고 꽃게도 금지! 건강보조제, 특히 속을 덥게 하는 한약류도 피할 것.
3. 천연크림 '스킨 히어로'를 약 대신 추천한다.
4. 평소 피부유산균을 꾸준히 먹으니 도움이 된다. 내 경우 cj바이오유산균을 먹는데 효과가 있다.
작은 병이 심해진 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겹친 탓이 컸다. 평소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과 운동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낌.
병을 앓는 동안 중년여성들이 나처럼 갑작스런 피부병으로 우울증이 올 만큼 괴로움을 겪는다는 얘길 자주 들었다. 나 역시 울고 싶을 만큼 괴로웠기에 그 마음을 알겠다. 병은 작든 크든 앓는 이에겐 고통이다. 부디 나처럼 고생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밤바다 (0) | 2016.08.11 |
---|---|
난생처음 팟캐스트 (0) | 2016.08.02 |
나향욱의 '소신'발언을 보면서 (0) | 2016.07.09 |
부산에서 (0) | 2016.06.17 |
동네서점 "땅콩문고" (0) | 2016.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