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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숨은 책방
아버지의 독서법 본문
인터뷰, 강연, 원고들로 바쁜 일상. 전같으면 사양했을 일들을 요즘은 어지간하면 다 하는 쪽으로 맘을 정했다. 늘 이렇게 살아야 하면 못하겠지만 잠시 오는 밀물을 굳이 피할 건 뭔가 싶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분주하게 만들고 싶기도 해서다.
수요일엔 양천도서관에서 '아버지의 독서법'이란 강연을 했다.
<책 먹는 법>을 내고 하는 첫 강연. 아침에 일찍 눈이 떠서 아버지께 마음속으로 말씀드렸다. 오늘 아버지 이야기를 할 거예요. 제가 제대로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버지께 누를 끼치지도 않고 나처럼 훌륭한 아버지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주지도 않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어느 쪽도 아버지께선 원치 않으셨을 것이기에.
버스가 늦는 바람에 조금 늦게 도착.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시작하자마자 감정이 격동해서 잠시 양해를 구하고 숨을 골랐다. 부끄럽고 미안한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준비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학벌 없는 아버지께서 어떻게 지식을 얻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얻었는지, 아버지께서 실천하신 독서의 힘에 대해. 아버지가 대여섯 종의 신문을 읽은 습관을 통해 행간을 읽는 독서가 얼마나 중요하며 필요한지 보여주려 했다. 또 질문을 잡고 독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내 경험을 통해 전달되기를 바랐다. 책을 그냥 많이 읽는 게 아니라 생각하면서 의심하면서 고민하면서 읽는 게 왜 필요한지 모두들 느끼기를 바라면서.
아이들에게 책보다 살아있는 현실의 경험들을 하도록 내버려두기를 강조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아픈 것이 내 마음에 아파서.
질문 시간엔 처음엔 아무도 선뜻 질문을 하지 않다가 곧 아이들과의 대화법, 독서토론학원에 보내는 부모의 고민, 어린 손녀가 무서운 옛날이야기 때무에 상처를 받은 고민 등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다. 모두 내게도 쉽지 않은 고민들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끝나고 보니 언제나처럼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책보다 사람을 읽는 게 중요함을 따로 강조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책은 열심히 잘 읽지만 다른 사람에겐 무심한 지성을 많이 봤기 때문에 더욱.
어쨌거나 모처럼 만난 독자들, 오랜만에 만난 독서회 친구들이 반갑다. 수험생 때문에 마음 편치 않았을 은영, 혜정 씨의 배려도 고맙고 밝은 모습의 주연 씨, 힘든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정란 씨, 그리고 모든 벗들, 다 고맙다. 그이들의 따스한 마음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할 책임이 내겐 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제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할 말이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난 건 온전히 행운. 제 노력은 하나도 없지요.
그래도 한 가지, 당신이란 큰 그릇을 담기 위해 제 작은 그릇을 넓히느라 저도 꽤 고단했답니다.
아버지, 정말 그립고 보고 싶어요. 이 아름다운 가을이 가기 전에 아버지 계신 곳에 다녀와야겠어요. 어머니가 예쁜 꽃을 마련하셨지만 저도 고운 꽃이랑 아버지가 가끔 드시던 매취순을 들고 가야겠어요. 그곳에 아버지의 육신만이 묻힌 것을 알지만, 그 육신이란 썩으면 그만인 것을 알지만, 아버지는 늘 저희와 함께하시고, 아니 사실은 저 우주의 너른 품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시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버지 몸이 묻힌 그곳을 가고 싶네요. 부질없지요? 부질없지만 아버지는 그 부질없음의 간절함조차 아셨던 분이니 제 이런 어리석음도 웃으며 보아넘기시겠지요.
아버지,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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