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도서관에서 시를 말하다
파주 한빛도서관에서 5주 동안 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오늘로 2번째.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참가한 분들의 열의와 집중도가 놀랍다.
시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하는 강의라 쉽지 않을 텐데 정말 열심히 들어주신다.
더불어 사서분의 열의도 보통을 넘는다. 오늘은 영화와 시를 이야기하는 날인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도 애를 써서 영화 세 편의 예고편을 다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어찌만 고마운지...
일부러 좀 낯선 시들을 소개하는데 그래도 눈을 빛내며 참여해주는 분들. 오늘은 네루다의 '질문의 책'을 낭송한 분이 갑작스런 내 질문에도 흔쾌히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치매에 걸린 집안 어르신이 자꾸 죽고 싶다고 하시는 것을 보며 "죽는다"는 얘기를 했더니 식구가 왜 "돌아가신다"고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죽는다"는 직접적인 말을 쓰냐고 나무랐단다. 그런데 자신이 왜 그랬을까 곰곰 생각하니 "죽고 싶다"는 말은 '돌아간다'는 말과는 다른 절박하고 절망적인 뉘앙스가 담긴 것이고 그래서 '죽는다'는 말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시를 읽으며 일상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를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아 나로선 참 기쁘고 감사했다.
강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만난 한 분은 자꾸 눈물이 난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힌다.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면서. ...
앞으로 남은 세 번의 강의. 이 시간들이 나를 또 어디로 이끌지. 부디 그 시간들이 귀한 시간을 낸 이들에게 고마움으로 기억될 시간이 되었으면.
그러기 위해선 분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