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 시 한 줄

평생의 사랑 ㅡ예이츠와 모드곤

노바리 2016. 6. 30. 16:04

그대가 늙었을 때

 

그대가 늙어 머리는 세고 잠이 그득하여

난롯가에서 꾸벅일 때, 이 책을 꺼내

천천히 읽으며 그대가 한때 가졌던 그 눈의

부드러운 눈길과 깊은 그늘을 생각하오.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매력적인 순간들을 사랑했고

진정이건 거짓이건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지만,

한 남자만이 당신의 그 순례자 정신을 사랑하고,

그대의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소.

 

훨훨 타오르는 난로 옆에 허리를 구부리고

얘기하오, 다소 슬프게, 어떻게 사랑이 가버렸는지,

저 너머 산 위를 배회하다

수많은 별들 사이로 어떻게 얼굴을 숨겨버렸는지.

 

ㅡㅡㅡ

24세에 22세의 모드곤을 만나 첫눈에 반한 뒤 평생 그녀를 사랑한 예이츠. 그녀를 짝사랑하다 쉰이 넘어 25살 어린 아내와 결혼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지만 둘의 남다른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부모를 이어 아일랜드독립 투쟁을 하다 공화국 외무장관이 된 모드의 아들은 타국에서 죽은 예이츠의 시신을 고국에 안장했고, 예이츠의 아내는 남편과 주고받은 모드의 편지를 모아 그녀에게 보내주었다고.

그런 사연들을 알고 이 시를 읽으니 한구절 한구절이 다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