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에 시 한 줄
매일 시 한 줄 -11.28
노바리
2015. 11. 28. 11:17
당신은 나를 모른다
하늘은 있지만 구름이 없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바람은 있지만 나는 어디에도 없다
---하킴, "아무도 모른다" 중 일부
시를 쓴 하킴 씨는 1994년 방글라데시에서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한 회사에서만 12년을 일할 만큼 성실했지요. 그러나 2009년 6월18일 야근을 하던 중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에 걸렸고, 방글라데시 동료 다섯 명과 함께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체포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미등록체류자로 15년간 한국에서 야간 근무만 하다가 방글라데시로 추방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요. 15년이나 터를 닦고 산 곳에서 강제로 내쫓겨 기막히고 억울했을까요, 마침내 불안하고 초조한 삶을 청산해서 홀가분했을까요? 글쎄요, 나는 모릅니다. 불법이주노동자인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심경으로 이런 시를 썼는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바람은 불지만 그는 여기 없으니, 나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