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파리여행 2 -루브르에서 노트르담, 라데팡스

노바리 2015. 6. 18. 17:50

루브르 매점에서 바게트 샌드위치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기운을 내 '어느 여인의 초상'을 보다. 그레코로만 시대 것으로 이집트 파윰지방에서 발견된 작품인데 죽은 여인의 초상이다. 이것들과 함께 전시된 다양한 죽은 이의 초상들은 미라처럼 죽은 이의 시신을 덮거나 하기 위해 그려진 것 같다. <얼굴의 역사>를 읽을 때부터 이 초상화를 보고 싶었는데 마침내 직접 보니 감격스럽다. 초상들이 대개 젊은이거나 어린애인 것을 보며 죽은 이와 남은 이의 슬픔을 새삼 느낀다.

마지막 코스는 리슐리외관. 렘브란트를 보기 위해서였는데, 그 전에 네덜란드 전시실에서 프란스 할스의 작품들에 눈이 번쩍. 사람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 신랄하면서도 따스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은 역시 좋고, 베이컨이 따라 그렸던 도살된 돼지 그림은 생각보다 작음에도 역시나 충격적. 다른 작가들에 비해 어두우면서도 깊이 있는 렘브란트에 다시 반하다.  

그림과 전시 행정 등, 모든 면에서 깊은 감동을 받은 루브르를 나와 좀 걷다가 너무나 뜨거운 햇볕에 못이겨 15유로를 주고 노트르담 성당까지 자전거버스를 타다. 중동 음악인지를 크게 틀고 다니는 운전자는 차들로 혼잡한 도로를 절묘하게 빠져나간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입장하려는 이들로 긴 줄. 정말 커서 그 안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워낙 좋은 구경을 한 데다 지치기도 해서 그냥 돌아서다. 최고재판소 쪽으로 걷다가 거리의 카페에서 생맥주 한 잔씩 마시고 호텔로 귀가. 

 

죽은 이의 초상과 관

 

우리가 탔던 자전거버스. 1인당 10유로씩인 걸 깍았다. 루브르 바로 앞에선 훨씬 비싸다

 

주말 아침. 8시가 좀 넘어서 오페라역에서 RER선을 타고 라데팡스로. RER선은 보통 지하철보다 더 지하로 들어가는데 낡고 살풍경한 풍경에 움츠러든다. 하지만 2층 기차는 아주 새 것이다. 금세 파리의 신시가지 데팡스 역에 도착.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거대한 하얀 신식 개선문이 반긴다. 근처 빌딩 앞에 후안 미로의 조각이 눈을 사로잡고, 파리시와는 또 다른 현대적 건축물들이 저마다의 조형미로 파리의 오늘을 느끼게 한다. 독일보다 좀더 꾸몄다고 할까, 디자인이 도드라진 건축이지만 어색하지는 않다. 현대식 개선문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멀리 원래의 개선문이 마주보인다. 도시 건축을 철저히 계산해서 완성도를 높였구나, 도 한 번 감탄하다. 세자르의 커다란 손가락 조각상, 관목을 이용한 색다른 조형물, 컬러풀한 타일을 이용한 독특한 분수, 둥근 기둥탑 같은 건물에 그림을 그려 보는 재미를 준 것이나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기 좋게 가꾼 것까지 빈틈이 없다.     

 

 

 

 

 

 

 

 

파리의 신 시가를 구경한 뒤 다시 RER을 타고 CHATLET HALLS역에서 내려 11호선으로 갈아타고 Rambeaute역 하차. 유명한 퐁피두센터를 찾다. 근처 카페에서 머핀과 카푸치노로 점심을 대신하는데, 커피 양이 많다. 커피 값은 한국에 약간 싼 편. 한국 물가가 무지 비싼 걸 유럽에 와서 뼈저리게 느끼다. 퐁피두센터 옆 니키 드 상팔의 작품들로 만든 재미있는 분수가 눈을 사로잡는다. 주말이라 많은 이들이 분수 주변에서 놀고 있다. 커다란 개가 분수 안에서 첨벙대고 주위의 작은 광장에선 흑인 청년들이 축구공으로 묘기를 부린다. 갖고 있던 동전을 탈탈 털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에 한참을 구경하다.

 

 

 

 

퐁피두센터 전망대에서 본 파리. 커다란 크레인이 에펠탑을 옮기는 중?!^^

 

개선문의 안쪽 모습. 당당한데 섬세하기까지.

 옆 사진은 개선문 아래 바닥에 있는 1차대전 무명 전사자들을 기린 것. 이외에도 레지스탕스, 한국전 희생자 등을 기린 명판이 여럿 있다.

  

 

 

 

 

개선문에서 내친 김에 에펠탑까지 가다. 크고 높고 이런 거에 별로 감동 안하는 스타일인데 이건 생각했던ㅣ것보다 더 근사하다. 뒷목이 뻐근하도록 한참을 봤다. 가기 전에 에펠탑 주변에 소매치기가 극성이란 뉴스를 접해서 걱정했으나 소매치기는 못 봤고 야바위꾼들만 잔뜩 봤다. 열쇠고리를 파는 이들은 거의 흑인인데 비해 5,6인이 한패를 이룬 야바위꾼들은 집시 같은 이들이다. 인도를 따라 계속 판을 벌리고 있어서 걷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자기네 바람잡이만 판돈을 흔들며 하는 시늉을 할 뿐, 진짜 손님은 하나도 못 봤다. 저래서 저 많은 식구가 밥이나 먹을까, 괜히 내가 걱정이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