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서울 시립미술관 소장전

노바리 2015. 3. 4. 17:45

 부연 일요일, 삼일절이라고 도서관도 쉬고 겸사겸사 정동길로 갔다. 전광수 커피집에서 토스트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다가 나왔는데 남편이 미술관에 갈까 한다. 지난번 아프리카 전시회가 재미있었던 까닭이다. 나는 시큰둥했지만 가보기나 하자 했다. 소장전을 한다고 써 있다. 별 기대없었다. 그런데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은 재미있고 새롭고 활기찼다. 

특히 한기창의 <흔적III> 앞에선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재기발랄하거나 소재의 새로움으로 눈길을 끈 것과 달리 세월호를 깊이 고민한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이란 게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근래 한국 미술이 상업적이고 키치적인 데 불만이 많아 멀리했었는데 이 작픔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밴 흡착포에 시커먼 기름으로 그린 새 한 마리. 그걸 보고 있으려니 횃대에 앉은 그 새가 훨훨 날 수 있기를 간절히 비는 마음이 된다.     

마음이 열리자 다른 작품들도 더 적극적으로 감상하게 되었다. 글씨 그림이랄 수 있는 <말과 활>도 재미있고 원근법을 비튼 송은영 작가의 <18>도 눈길을 끈다. 그리고 실리콘으로 만든 이병호의 <깊은 숨>(사진) 앞에선 처음엔 뭐지? 했다가 아주 느리게 변하는 모습에 와! 하고 놀랐다. 성형외과, 피부과 앞에 이 작품을 전시하면 손님이 좀 줄지 않을까? ㅎㅎ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가 정말 좋아졌다. 벽을 액자처럼 처리한 공간도 그렇고, 작품 수준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된다면 세금 내는 시민으로 보람이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