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아침에 울다

노바리 2014. 10. 29. 15:08

어제 아침엔 눈이 부을 만큼 울었다.

견딜 수 없이 슬펐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쏟아졌다.

그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멍하니 앉아 있는데 천천히 S가 떠올랐다.

오래 전 강릉대에 출강하던 시절, 가을이었다. S가 함께 가자 하였다. 아마도 내가 저녁놀 같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강릉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을 것이다. 귀가 여린 S는 그 말에 혹했을 것이고. 그래서 가을바다를 보자고 처음으로 둘이 떠났겠지. 

S가 차를 운전했다. 하얀 프라이드였던가. 그걸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몸이 아픈 그녀가 갓길에서 약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운전을 못하는 나는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어 미안했었다.

세 시간 강의를 마치고 우리는 경포대와 오죽헌을 들러 불타기 전의 낙산사에 가서 구멍 틈으로 바다를 보고 해질녘 경포해수욕장으로 갔다. 가을바다는 춥고 쓸쓸했다. 바람은 불고 우리는 각자의 쓸쓸함에 젖어서 웃는 시늉도 잘하지 못했다.  저마다의 설움에 지쳐서 서로를 위로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예민하고 섬세한 S와는 긴 얘기나 공연한 포즈가 필요없었으니까.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서 내내 신해철의 음악을 들었다. S는 그의 CD를 계속 반복해 틀었다. 그의 음악을 그렇게 오래 그렇게 줄기차게 듣기는 처음이었다. S는 자신을 위로하고 살게 해주는, 자기 마음 같은 음악이라며, 정말 멋지지 않느냐고 몇 번이나 말했다. 늘 조용조용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녀가  볼이 빨게질 만큼열정적으로 . 

그때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없이 들었던 노래들, 날아라 병아리, 아버지와 나, 집에 가는 길, 인형의 기사... 그 노래를 들으며 가족에게 깊은 상처가 있던 S의 속내를 더듬어보았었는데...   

이 가을, 그녀도 그도 곁에 없는 이 가을이 참 감당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