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조 사코, <저널리즘>, 씨앗을뿌리는사람들, 2014

노바리 2014. 9. 17. 15:55

 

조 사코는 만화로 기사를 쓰는 만화 저널리즘의 선구자다. 만화가가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경우는 있었어도 기자가 만화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왜 만화일까? 사코는 만화가 독자의 무의식까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본능적인 매체이며, 시간적 한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보다 유기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맞다.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나는 그의 책 <팔레스타인><안전지대 고라즈데>를 읽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메모를 안 하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는 내가 메모할 수도 없는 만화책의 어떤 장면과 어두운 흑백만화의 분위기를 여전히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의 말처럼 만화가 본능적인 매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코의 만화 기사는 만화가 본능적이되 객관적인매체임을 보여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독자로 하여금 기자의 주관성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객관적 진실을 고민하게 하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사진의 경우, 무작위의 현실 속에서 카메라가 의도적으로 택한 영상임에도 독자가 찍는 이의 시선을 의식하고 작위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반면 만화는 작위가 분명히 드러난다. 사코는 그것을 잘 알며 취재하고 보도하는 내내 그 점을 의식한다.

 

그의 만화에 언제나 그 자신이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안경을 쓴 약간 부루퉁한 모습으로 팔레스타인인, 체첸 난민, 인도 빈민, 이라크 파병 군인, 아프리카 난민 들을 취재하는 그는 때론 성나 보이고 때론 난감해 보이며 때론 무력하고 당황한 듯 보인다. 눈동자 없이 그려진 텅 빈 안경알은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선입견 없는 투명한 시선을 반영함과 동시에,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하는 그의 당혹감을 드러낸다. 그는 이런 식으로 취재원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자신을 드러내며, 사실과 주관이 명료하게 구분되거나 상호배타적이진 않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한 근작 <저널리즘>의 서문에서 사코는 균형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미국 언론을 비판하면서, 진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이 아니며 기자는 균형이란 미명하에 진실을 흐릴 것이 아니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헤쳐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을 번역한 여러 기자들 중 한 명인 정원식 기자와 나눈 서면인터뷰에서는, 저널리즘이란 정치인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현실과 비교하는 것이며, “저널리즘의 최고 목표는 힘센 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는 언론이 무시하고 비하하는 이들에 집중하지만 힘없는 그들이 늘 옳거나 착한 것은 아님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책에 실린 아프리카 이민자 문제를 다룬 이민기사는 이처럼 뒤얽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기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해결책이 있을까? <저널리즘>은 답보다 문제를 아는 게 먼저라고 말한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한쪽을 편들거나 양쪽을 비난하는 어설픈 훈수 두기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