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제 오늘 나를 울린 문장들

노바리 2014. 6. 21. 23:21

어제 ebs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울컥 했다. 월터 스콧과 텐징 노르가이를 다룬 다큐였는데, 처음을 목표 삼았던 그들이 처음이 되는 데는 실패했으나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도한 인류사에 얼마나 아름다운 족적을 남겼는지 기리는 다큐였다.

거기서 여섯 번의 에베레스트 등정 도전 끝에 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오른 셰르파 텐징의 말이 나를 울렸다.

"에베레스트에 두번째로 오른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면 나는 평생 부끄러운 마음으로 살 것이다"

먼저 정상 바로 앞에 다다르고도 30분을 기다려 힐러리가 먼저 오르도록 한 텐징 노르가이가 한 말이다.

그 말과 함께 환하게 웃는 그를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부끄럽고 아룸다워서, 그런 아름다운 사람과 같은 인간인 게 고마워서.

오늘 아침 한겨레에서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 학살에 관한 증언을 채록하는 평화활동가 구수정 인터뷰를 읽다가 또 울었다.

"...나도 모르게 신발짝을 벗어서 땅을 치면서 엉엉..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는데 옆엘 보니 할머니도 나랑 나란히 신발 한짝을 벗어서 땅을 치며 울고 계셨다. 그때 할머니한테 말했다. "미안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그랬더니 할머니가 말했다. "아가! 내가 다 안다. 갈 길이 먼데 이제 가라." 그렇게 돌아왔다. 그때 생각했다. 아, 내가 석사 하고 박사 하고 교수 하면 정말 이 이야기가 더는 안 들리겠구나. 공부를 멈춰야겠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해야겠다."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려고 했던 나는 이 말을 읽으면서 너무 부끄럽고 놀라서 울었다.

공부란 이런 것인데, 이런 사람이 하는 것인데! 나는 멀었다. 공부를 멈춰야겠다,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부를 멈춰야한다고 생각할 만큼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역할만 해야 하는데. 내가 얼마나 큰 욕심에 눈이 멀었는지 아프게 알았다. 그리고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이 내 옆에 살아 있어서 고맙고 귀하고 감사했다. 울면서, 그이가, 그런 고운 사람들이 공부를 계속하도록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엔 밉고 싫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는 건 어쩌면 그런 미움에 기대야만 내가 살 정당화가 된다고 여기는 이기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마 참 살고 싶고 싶다 생각이 들 때는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