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 - 고려인이 쓴 삼국사기를 넘어 신라인의 눈으로 바라본 신라
노바리
2013. 1. 31. 18:50
이 책을 쓴 김태식은 전문 역사학자가 아니다. 그런데 화랑세기에 관해 읽은 책들 중 나는 이
책이 제일 좋았다. 역사학자나 국문학자들이 쓴 책을 보며 느꼈던 지나친 조심성과 상상력 부족을 김태식은 상당 부분 극복해
있었다.
<화랑세기> 위작설에 대해선 문서 자료는 물론 경주 월성 현장 발굴을 증거로 설득력있게 비판하고 있으며. 위작설 주장자들에게는 신랄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논쟁이 되고 있는 역사를 다룰 때 이런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니, 인신공격만 아니라면 독자를 즐겁게 한다. 특히 <화랑세기>에 실린 미실의 향가에 대해 김완진 교수 등이 제기한 위조설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소개한 부분은 어지간한 드라마보다 재밌다. 학자들에게 조심성은 필수불가결하지만 새로운 자료에 대해 거의 냉소적으로 보이는 태도에는, 자신의 수십 년 공부를 지키려는 완고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서술이 쟁점 몇 가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구성이 산만하고, 신라사에 대한 새로운 상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화랑, 원화, 그리고 미실로 대표되는 대원신통 여성들의 역할 등에 대해 단편적인 서술만 있는 점이 아쉽다. 미실이 화랑과 특히 밀접했고 원화를 부활시킨 것은, 신라의 '선도'와 관련하여 미실계 여성들의 역할과 화랑에 대해 새롭게 사고하게 하는데, 그런 점이 더 탐구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