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린 책을 앞에 두고

노바리 2012. 7. 10. 17:37

새 책이 나왔다.

출판사를 그만두며 생각했었다. 회사에서 남의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 앞으론 내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해보자고.

그리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썼다. 8시간씩은 못하고, 물론 야근도 안 하고, 그저 길면 6,7시간 짧으면 3,4시간씩.

그것도 힘에 겨워 가끔은 배앓이를 하고 머리에 쥐가 났다.

작년에 신문과 잡지 연재를 함께하면서 몸도 마음도 바닥에 닿았다. 특히나 [기획회의]에 '연쇄독서기'를 연재하면서 병과 죽음, 광기에 관한 책들을 연달아 읽을 때는 나 역시 미쳐버릴 듯 아프고 괴로웠다. 그래도 끝은 있어서, 연재는 끝나고, 그 원고들을 다시 고쳐 책으로 엮기로 했다.

연재를 1월초에 끝내고 원고 수정을 3월말에 끝냈다. 후마니타스의 미뇽 님에게 원고를 보내놓고 바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길은 새 글을 쓰는 수밖에 없기에.

그리고 오늘, 책이 나왔다.

[마녀의 연쇄독서]

분홍색 예쁜 표지의 야무진 책을 받아들고 공원을 걸어 다방에 가 앉았다. 찬찬히 책을 살핀다. 잘못된 것이 보이지 않으니 일단 안심이다.

어제 저녁, 책이 나왔단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수런거렸는데 오늘은 고즈넉하다.

출판사를 그만두었을 때 결심한 것처럼 열심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쉬지않고 걸어서, 책꽂이에는 그 사이 4권의 책이 꽂혔다.

꼭 필요한 책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한 인간으로 성실히 살려 한 흔적인 것은 분명하다. 

갓 태어난 새 책 역시 마찬가지. 부디 이 책을 거름 삼아 나도 읽는 이도 한 뼘 자랄 수 있기를, 아, 너무 큰 바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