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독서처방

하는 일마다 안될 때 -『돈키호테』

노바리 2008. 12. 14. 10:11

............

어느덧 모든 게 다 의심스러워집니다.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신도, 자신의 능력도, 오랜 궁리 끝에 세운 그럴싸한 계획도, 커다란 포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의는 커지고 커져서, 격려해준 사람들도, 그들과 함께 꾸려온 제 삶도 온통 못 미덥기만 합니다. “난 안 돼.” 자포자기의 한마디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책을 펼칩니다. 포기를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 『돈키호테』1)입니다.


깡마르고 샛노란 안색의 돈키호테가 비루먹은 농삿말 로신안떼를 타고 고향을 떠난 것은 쉰을 코앞에 둔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방랑기사가 되어 거룩한 이름을 세상에 남기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떠난 길. 허나 그의 꿈을 믿고 지지한 이는 착하고 먹성 좋은 하인 산초 빤사뿐입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심지어 함께 사는 조카딸조차도- 기사소설에 넋이 나간 이 미친 노인네를 비웃고 동정할 따름이었지요.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돈키호테의 위대함이 드러납니다. 남들이 뭐라든 자신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력, 남의 눈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강한 독립성이 그것입니다. 물론 이로 인해 풍차를 거인으로, 양떼를 군대로 오인하는 판단착오도 종종 일으키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겁에 질리면 결과적으로 감각이 흐려지고 사물들이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법”이며, “(이상한) 사건은 모두 마법의 마력으로 벌어진 일들”이기 때문이란 거지요. ...................